2018년 4월 라브리 소식편지

요즘 양양은 벚꽃이 한창입니다. 길 벚꽃은 꽃 핀 지 며칠도 되기 전에 봄비에 금방 떨어지고 말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산 벚꽃은 이제 시작인데, 라브리 뒷산에도 꽃봉오리 맺힌 철쭉 뒤에 산 벚꽃이 만발했습니다. 봄이 되면 꽃도 피지만 인간의 욕심도 움트는 것 같습니다. 부활절의 의미를 절제보다는 막연한 희망, 절제되지 않은 야망으로 잘못 도전 받은 탓이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특히 야망(ambition)은 혼자 힘으로 성공을 성취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환상(vision)은 혼자 이루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통해 완성됩니다. 요즘 에스라를 묵상하면서 하나님은 당신의 나라와 성전 재건을 위해 어느 특정한 사람만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을 골고루 사용하시는 것을 보면서, 현재 라브리에 주어진 재건축 제안과 묘하게 중첩되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무너진 예루살렘 성전 재건에는 세 무리가 등장했습니다.

첫째 무리는 선지자들입니다. 학개와 스가랴와 같은 선지자들이었습니다. 물론 그들도 선배들인 이사야나 예레미야, 다니엘의 어깨를 딛고 선 사람들이었지만, 암울한 세상을 사는 백성들에게 시대적 소명을 제시한 선견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성전을 건축하다가 멈추고 있는 것을 책망하며 다시 재건할 것을 촉구하였습니다. 역사학자들은 이때를 주전 521년 경으로 봅니다.

잘 아시는 대로 이스라엘 백성들은 바벨론에 사로잡혔다가 주전 538년 경에 페르시아 제국을 세운 고레스(Cyrus the Great)에 의해 70년 만에 자기 나라로 귀환하게 되었습니다. 귀환한 백성들이 처음에는 성전 재건을 의욕적으로 출발했으나 주변 국가들의 방해 공작과 방해자들이 올린 상소를 보고 귀가 얇은 아닥사스다(King Artaxerxes)의 칙령으로 공사가 16년이나 중단되었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것도 어렵지만 16년이나 중단된 것을 다시 시작하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

둘째 무리는 장로들과 백성들입니다. 선지자들의 메시지를 듣고 용기를 얻어 실행에 옮긴 사람들은 정치 지도자들인 스룹바벨과 예수아 등이었습니다. 여기에 스룹바벨(Zerubbabel)의 이름의 뜻은 ‘바벨론에 뿌려진, 바벨론에서 태어난’이란 말인 것으로 보아, 그는 바벨론에서 태어난 이스라엘 사람이었으며 귀환 지도자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는 귀환한 후에 부패한 관리들이 뇌물을 주고 성전 재건을 방해할 때 매우 단호하게 “너희는 우리와 상관이 없느니라.”(에스라 4:3)는 말을 서슴없이 할 정도로 용기가 있는 사람이었습니다.(에스라 4:3)

셋째 무리는 공무원들과 관리자들입니다. 그중의 한 사람이 에스라 5-6장에 등장하는 페르시아 제국의 최고위 공무원 급인 총독 닷드내(Tattenai)입니다. 주전 520년경에 팔레스틴 지역을 감독하는 총독이었던 그는, 성전 재건 공사 현장을 살펴보고서, 다리오(Darius 1, 550-486 B.C.) 왕에게 유대인들에 대한 고레스의 성소 재건 명령에 대한 사실 유무를 확인해 달라는 상소를 올린 사람입니다.(cf. 에스라 5:3-17) 이름조차 낯선 닷드내(Tattenai)의 역할에 대해서는 몇 가지 생각해 볼 것이 많습니다.

1) 그는 페르시아 다리오 왕이 다스릴 때 유브라데강 서편 지역을 총괄하는 총독이었는데, 처음에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성전 재건 운동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던 사람이었고 잘 알려진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누가 너희에게 명령하여 이 성전을 건축하고 이 성곽을 마치라고 하였느냐? (Who commanded you to build this house, and to make up these walls? KJV”(에스라 5:9) 이 말만 보면, 그는 성전 재건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은 사람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임자들처럼 뇌물을 주면 눈 감아 줄 생각이 있는 타락한 관리나 조직적으로 방해한 사람이라고 보기에는 증거가 없습니다. 그가 유대인들에게 별로 호의적이지도 않았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2) 그는 다리오 왕에게 상소를 보내 성전 공사 재개에 대한 적법성을 문의했던 충직한 공무원이었습니다. <매일 성경> 집필자는 최고 지도자에 대한 그의 문의 태도를 보고 “자신의 임무에 충실했던 정직한 관리였다.”고 평가했습니다. 에스라는 그 이유를 “하나님이 유다 장로들을 돌보셨으므로”라고 말했습니다.(에스라 5:5) 장석환 목사(안산 하늘기쁨교회)는 다음과 같이 풀었습니다. “하나님이 장로들을 돌보셨다는 말을 직역하면 ‘하나님의 눈이 유다의 리더들 위에 있었다.’라는 말이다. 에스라와 느헤미야 성경에는 ‘하나님의 손’, ‘하나님의 눈’이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이 말은 전혀 예상하지 않은 상태에서 하나님이 돌보심으로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는 것에 대한 고백이다.”

3) 그는 다리오 왕으로부터 성전 재건을 “방해하지도 말고”, “간섭하지도 말고”, “변조하지도 말라”는 말을 듣고, “신속하게” 왕의 명령을 실행했습니다.(에스라 6:6-13). 여기에 사용된 “신속하게(speedily, KJV)”란 말은 ‘부지런히(with diligence, NIV)’란 말도 있지만, 유대인 성경에는 ‘정확하게(strictly, CJB)’란 뜻도 있다고 합니다. 왕이 명령한대로 그대로 실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정확하게’라는 번역도 타당해 보입니다. 그는 왕의 명령을 정확하게 실행에 옮겨야 하는 관리자 혹은 종의 역할을 잘 감당한 사람이었습니다.

이런 공직자들이 많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역사적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의 귀환이 주전 538년에 이루어졌다고 볼 때, 주전 537년에 성전 재건 공사가 시작은 되었으나 방해자들에 의해 16년 동안이나 중단되었습니다. 그러나 총독 닷드내의 노력으로 주전 519년경에 다리오의 조서를 받고 난 후에는 모든 일이 “형통하여” 2년 후인 주전 517년에 완공되었습니다. 2년이면 완공할 일을 18년이나 걸렸고, 귀환 직후부터 따지면 21년이 걸린 셈입니다.

이렇게 완공된 스룹바벨 성전은 에스라와 같은 학자들이 연구와 실천 그리고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었고(에스라 7:10), 주후 70년 로마의 디도(Titus) 장군에게 파괴되기까지 약 585년 동안 이스라엘 백성들의 종교적, 심리적 중심이 되었습니다. 물론 사람의 손으로 만든 성전은 예수님이 오셔서 진리와 성령, 합리성과 신비성, 교리와 체험이라는 두 기둥으로 세워진다는 것을 보여주시기까지 참 성전의 그림자 역할을 했습니다.

기나긴 겨울 학기를 마치고 잠시 라브리는 휴식 기간을 가진 뒤, 4월 30일부터 6월 23일까지 초여름 학기를 시작합니다. 그 동안에 국제라브리 연례위원회 참석과 라브리 재건축을 시작할 수 있는 준비 작업으로 별채(구 주유소) 및 라브리 뒷산 매입 등이 잘 이루어지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라브리의 모든 일이 간사, 이사, 후원자들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2018년 4월 9일

네덜란드 라브리에서 연례회의를 앞두고

인경올림

L'Abri Newsletter, April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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