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라브리 소식편지

존경하는 기도가족에게 인사드립니다.

어느새 이 곳 양양은 만연한 가을의 색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나 싶었더니 산들이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은근슬쩍 알록달록한 화장을 시작했더라고요. 이에 질 새라 라브리에서도 데크와 건물 벽들을 페인트로 새 단장을 시켜주었습니다. 작업이 끝난 뒤 간사들과 손님들은 그들이 새로 칠한 장소에서 티타임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뒷산의 단풍들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이 모두의 눈을 즐겁게 만들었습니다.

이번 가을 학기는 긴 추석 연휴를 맞이하여 많은 분들이 방문해 주시는 것으로 즐거운 시작을 맞이했습니다. 특히 결혼을 앞둔 세 커플들이 왔다 가는 바람에 매우 즐거웠습니다. 그 중 한 현석, 수빈 커플은 몇 주 뒤에 이 곳 라브리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됩니다. 한국라브리에서는 처음으로 결혼식을 진행하기에 간사들은 많은 기대를 가지는 한편,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머리를 맞대고 있습니다. 새롭게 가정을 꾸리고자 하는 커플들을 기도 가족분들께서도 함께 축복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나님 앞에서 서로 돕는 배필이 되기로 서약을 하는 모습은 언제 봐도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이들이 가꾸어갈 가정에 하나님께서 언제나 함께 해 주시길 기도 부탁드립니다.

이제 단골 손님이 된 충북 영동에 있는 상촌초등학교 윤석 선생님이 이번 연휴를 라브리에서 보내셨습니다. 방문하실 때마다 한두 편의 글을 써서 발표해주셨는데, 이번에는 ‘믿음 선교(Faith mission)’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서, 우리가 믿음을 따라 사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시골에 있는 작은 학교에서 가슴은 뜨겁지만 머리는 냉철하게,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해서 고민하고, 말씀대로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이 젊은 선생님을 위해 기도부탁드립니다.

이번 학기에도 장기간 머물면서 공부하러 온 청년이 있습니다. 서울에서 네덜란드어를 공부하다 온 경훈 씨는 두 달 동안 라브리에서 머물 예정인데,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두레교회 박철수 목사님이 쓰신 ‘하나님 나라’라는 400 페이지난 되는 두꺼운 책을 읽고 간사들과 손님들에게 독후감을 발표 하여 놀라게 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는 쉐퍼의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붙들고 서양의 사상의 흐름을 기독교적 관점으로 이해하기 위해 씨름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포항 한동대에서 인경 간사의 강의가 있어서 경훈, 충성 세 ‘가을 남자’가 용감하게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그 곳에서 열정적인 강의와 솔직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들었던 경훈씨는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자신의 마음속에서 벅차올랐던 감동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기도 했습니다. 이 청년을 위해서 기도 부탁드립니다.

다 소개하진 못하지만, 이렇게 라브리를 찾아오시는 한분 한분이 모두 하나님께서 인도하셔서 보내신 분들이라고 믿습니다. 그들이 이곳에서 나누었던 대화들과 공부했던 것들이 그들의 삶 속에서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려 성령의 귀한 열매를 맺게 되기를 기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남은 학기에도 꼭 필요한 분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11월달은 유난히도 바빠질 것 같아 간사들도 마음을 가다듬고 있습니다. 아직 예수를 믿지 않지만 정직한 질문을 가진 구도자들이 두 명이나 와 있습니다. 그리고 수능을 마치자마자 소명학교 고등학생 25명이 3일씩 두 팀으로 나누어 다녀갈 예정입니다. 그리고 위에서 말씀드렸던 라브리 1호 결혼식에 약 40여명의 하객들이 다녀갈 예정입니다. 간사들이 이 한분 한분에게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민감하게 깨닫고, 잘 준비할 수 있도록 기도부탁드립니다.

라브리 간사들을 위해서도 기도 부탁드립니다. 삼원 간사는 몇 달 째 계속되는 이명으로 귀가 불편하고, 줄리아는 허리가 좋지 않아 걷는데 불편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몸이 불편한 와중에도 손님들을 위해서 아픈 내색 없이 묵묵히 맡은 일을 하고 있는 이들의 회복을 기도 부탁드립니다. 인경, 경옥 간사는 최근 건강을 위해서 가족들과 함께 매일 저녁 걷기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11월 달에는 유난히도 인경 간사의 강의도 많고, 케나다 라브리에서 국제회의도 있어서 장거리 여행을 여러 번 해야 하는데, 여행을 잘 준비하고 감당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저는 최근 ‘겸손과 도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돕고, 본인 또한 겸손하게 다른 이에게서 도움을 받는 태도를 가질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를 위해서도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외국 라브리에까지 걱정을 끼쳐드려서 죄송하오나, 북한과 미국의 긴장, 그리고 그 사이에서 한국 대통령의 행보, 북한 핵실험 및 미사일 실험 등, 외국에서 바라보는 한국은 매우 심각하게 보이는 듯합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내에서는 몇 달 뒤에 있을 평창 동계올림픽 때문에 벌써부터 축제 분위기입니다. 속초, 양양, 강릉, 춘천 등 몇몇 도시에서는 이미 평창올림픽 기념 대규모 축제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그렇게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한국을 바라보고 있는데, 오히려 이 상황에 불안해 할 법한 한국이 축제 분위기라는 상황이 저에게는 괴리감으로 느껴집니다.

요즘 저희는 예레미야서를 읽고 있는데 분노하고 계시는 하나님과 말씀으로부터 귀를 막고 도무지 들을 생각조차 안하는 백성들 사이에서 고민하고 한탄하는 선지자의 모습을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귀를 막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과 같은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특히 며칠 전에 예레미야가 하나님께 불평하는 모습을 보고, 즉 하나님께서 맡기신 일을 수행해야 할 일꾼이 오히려 하나님의 발목을 붙잡는 꼴, 마음이 뜨끔해져서 나는 그러지 않았나 하고 반성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백성들의 문제를 자기 문제로 여기면서 하나님의 자비를 요청했던 선지자 예레미야와 같은 마음을 저희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어수선한 와중에도 흔들리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을 바로 전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성령님께서 도와주시기를 기도 부탁드립니다.

2017년 10월 27일

충성 올림

L'Abri Newsletter, November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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