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라브리 소식편지

사랑하는 기도가족에게 올립니다.

설악산을 울긋불긋 아름답게 물들이던 단풍도 다 지고 올해도 어김없이 겨울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일기 예보에 의하면 올 겨울은 유난히 추울지도 모른다고 하는데, 여러분은 작년처럼 1 미터 이상의 눈과 영하 20도의 날씨를 맞을 준비가 되셨습니까? 작년에 설악산에는 1 미터 이상의 눈이 오고 영하 20도를 몇 번 오르내린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라브리는 겨울을 맞을 준비가 전혀 안 되어 긴급하게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지난 10년간 수 천 명을 따뜻하게 재워주던 예문실(손님 학생 숙소)에 난방 공사가 필요합니다. 심야 코일 난방 시설로 작동되는 방이 작년부터 문제를 일으키더니 올 가을에는 방 네 개 중에 두 개가 들어오지 않았고 이제는 한 개를 재외한 모든 방이 난방이 되지 않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여섯 명의 손님들이 자고 있는데, 여자들은 따뜻한 방을 쓰고 있지만 남자들은 온풍기로 버티고 있습니다. 겨울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공사를 하지 않으면 안 될 형편입니다.

난방공사 업자로부터 견적을 받아보니 이미 들어와 있는 심야전기를 사용할 경우에 보일러 값과 엑셀 파이프 공사비로 약 천 만 원이 소요될 예정이며, 세금 등 20% 정도 여유 공사비가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공사비가 준비되면 언제든지 시작해야 하겠지만, 후반기 가을학기가 마치는 12월 16일이나 그 전에 시작하여 성탄절 전에 마칠 수 있다면 겨울 학기를 여는데 지장이 없을 것 같습니다. 현재 약 700 만원이 준비되었습니다.(그 중에 600만원은 내년 1월 초에 들어올 예정)

이번 학기에는 헝가리에서 온 바나바스가 헬퍼로 공부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바나바스는 세계관을 공부하러 온 대학생, 자녀 및 부부관계로 상담 차 온 커플, 한동대 교수와 학생 등 오고가는 수많은 손님들을 도우며 ‘이성에서의 도피’라는 쉐퍼의 책을 공부할 예정이니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바나바스는 휴식 기간 중에 일본을 방문하여 지명근, 박복순 선교사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왔는데 동유럽 선교에 관심이 많습니다.

지난 2년간 수고한 모경 간사님은 여수국제엑스포 국제협력부에서 10개월간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에는 유엔 등 다른 일자리를 찾을 생각입니다. 서은철 목사님은 12월 첫 주부터 서울 내수동교회 목사로 부임할 예정입니다. 두 분이 라브리에 있을 때 보다 더 큰일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지난 주간에 네덜란드 라브리 설립 40주년 기념식과 국제 라브리 이사회에 참석했다가 주일 채플에서 ‘구린내가 나는 넓은 개천: 다윗’이란 제목으로 성경 묵상을 나눌 수 있는 특권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진짜 특권은 설교 후에 간사들과 학생들의 질문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것입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는 것처럼 다윗은 누구보다 죄를 많이 지은 사람입니다. 한제호 목사는 그의 [영생에 대한 현대성경신학의 이해]라는 책에서 다윗에 대한 비평을 잘 소개해 주었습니다. 레싱(Lessing)과 불트만(Bultmann)이라는 사람은 “다윗은 구린내가 나는 넓은 개천이다”고 말했고, 토인비(Arnold Toynbee)는 “다윗은 역사의 스캔들이다.”이라고 말했으며, 브루게만(Walter Brueggemann)은 “다윗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것은 그의 죄 때문입니다. 그는 1)거짓말을 해서 제사장 수 백 명이 죽도록 했고 2)우리아 장군을 죽이고 그의 아내 밧세바를 빼앗았고 3)그의 아들 압살롬과의 전쟁에서 20,000명이 전사하는 것을 보았고, 4)말년에 인구 조사를 해서 70,000 여명을 전염병으로 죽게 했습니다. 한제호 목사가 잘 지적했듯이 “다윗의 냄새나는 실존적 역사를 다루지 않고는 기독론을 논의할 수 없다.”는 말은 바로 이것을 두고 한 말일 것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다윗이 헷사람 우리아의 일 외에는 평생에 여호와 보시기에 정직하게 행하고 자기에게 명령하신 모든 일을 어기지 아니하였음이라.”(열왕기상 15:5)라고 말하거나, “다윗의 아들” 혹은 “다윗의 자손”이란 말은 수도 없이 많고, 하물며 “내가 이새의 아들 다윗을 만나니 내 마음에 합한 자라.”(사도행전 13:22)고 했습니다.

이것은 너무 관대한 평가가 아닐까요? 특히 “우리아의 일 외에는 여호와 보시기에 정직하게 행하고 자기에게 명령하신 모든 일을 어기지 아니하였음이라“는 말씀은 이상하지 않습니까? 거기에는 여러 가지 학설과 설명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만 제가 이번에 배운 것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합니다.

첫째, 다윗은 죄가 더한 곳에 은혜도 더한다는 성경의 복음 사상을 직접 몸으로 그대로 체현했던 사람 혹은 계시 수령자의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다윗만이 체험한 복음, 즉 다윗 신학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 중에 가장 특징적인 것은 1)하나님은 번제보다 상한 심령을 찾으신다는 것 2)예수님은 멜기세덱의 반차를 따르는 대제사장이라는 것 3)예수님은 다윗의 후손이 아니라 다윗의 주라는 것 등이라고 합니다.

둘째, 다윗은 “구린내 나는 넓은 개천”을 깨끗이 청소할 수 있는 ‘세제(a cleansing agent) 혹은 등불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예수님의 십자가의 거룩한 피 밖에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았기 때문입니다. 시편 32편을 보면, 다윗은 회개하면 정죄가 없어진다는 것이나, 보복이 없는 용서가 주어지고, 완벽한 하나님의 보호가 생기고, 사죄의 기쁨과 사랑을 맛 볼 수 있다는 것을 안 사람입니다.

셋째, “우리아의 일”을 특별하게 취급한 것은 열왕기 저자가 민족주의자라서 그렇거나 남의 아내를 빼앗는 것은 다른 죄보다 죄질이 더 나빠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 죄가 매우 계획적이었고 친구의 아내를 빼앗은 치졸한 짓이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죄와는 다르게 나단 선지자가 회개를 촉구하기까지 죄를 덮어버리려고 시도했기 때문, 즉 범죄 은폐 시도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저도 구린내가 나는 놈입니다. 다윗 못지않게 악취가 진동하는 넓은 개천입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냄새 탈취제나 향수나 세제를 하루 속히 찾지 않으면 구린내를 숨길 길이 없습니다. 저와 라브리가 최고의 그리고 유일한 구린내 탈취제 혹는 초강력 향수나 세제는 예수님이라는 것을 믿고 그 분을 잘 소개하도록 계속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2011년 11월 20일

눈길을 헤치고 찾아올 청년들을 기다리며

인경 올림

L'Abri Newsletter, November 2011

English Translation Coming Soon